1. 6월 5일 (화) 저녁 7시

  2. “Discrete, Indiscrete” for live electronics

    박훈민

    분리된, 분리되지 않은.
    아날로그 신호에 점을 찍어서 분리하면 그것은 디지털 신호가 된다. 디지털 신호의 점들을 다시 연결하면 아날로그 신호가 된다. 사람들은 타인과 연결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분리되고 싶어한다. 인간은 만들어질 때부터 세포의 융합과 분열을 거친다. 생명은 게이트 신호가 1이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노트오프 메시지를 받기 전까지 굴곡진 포락선 위를 지나며, 그 곡선의 모양은 누구도 예측 가능하지 않다. 분리와 밀착의 이상적인 균형을 찾는다면, 고독사와 전쟁을 포함하여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분야의 갖가지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작곡가는 본업에 충실하게 소리로써 이 균형점을 찾을 뿐이다.

  3. “Work No.8” for tape

    이원우

    “Work No.8”는, 해금과 피아노에서 녹음한 소리를 바탕으로 편집, 재구성한 구체음악이다. 해금에서 발생하는 소리에는 찰현음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음들이 있어, 이를 음악적으로 활용하고자 연구했다. 작업 가운데, 해금의 선율을 중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음색의 가능성을 발견하였고, 레이어를 통해 동양적 색채를 덜어냄과 동시에 피아노 소리와의 조화를 탐구했다. 피아노 역시 통상적인 피아노 음은 물론, 본체에서 발생하는 타악기적 소음, 페달 소음, 현의 튕김을 녹음하고 편집하여 다채로운 음색을 내었다. 작품 전반의 발전 원동력으로 반복, 변화, 그리고 대조의 요소를 활용했으며, 이를 통해 느껴지는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특징으로 한다.

  4. “Mod_2” for live electronics

    김승현

    이 곡은 하나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변모한 아날로그 오디오 믹서를 중심으로 쓰여졌다. 오디오 믹서에는 약한 소리를 증폭시키는 앰프가 내장되어 있으며, 믹서에 전원이 들어오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의 노이즈가 늘 발생한다. 믹서의 아웃풋(send out, control room out, headphone out 등) 과 채널 인풋을 오디오 케이블로 연결한 뒤 채널 게인을 올리면 피드백 루프가 생성되고 믹서 자체 노이즈가 증폭되어 큰 소리가 발생한다. 피드백 루프가 생성되면 Pan을 제외한 나머지 파라미터들은 더이상 정상기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EQ노브, 볼륨 페이더, Aux 게인 노브 등을 움직일 때 변화되는 전압의 양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사운드 변조가 일어나지만 퍼포머는 실험을 통해 자기만의 변조 패턴과 사운드를 발견하고 그것을 재료로 하여 연주한다. 곡은 믹서에서 발생되는 사운드가 실시간으로 변조되고 그 사운드가 디지털 프로세싱을 통해 변형, 재생산되며 전개된다.

  5. “Look” for audiovisual

    박선유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하나 뿐인줄 알았는데, 이게 웬 걸. 이 몸뚱아리 또한 나의 것이 아닐지도. 통제되지 않는 몸에 의한 각성은, 불안, 공포, 무기력의 시간을 지나, 낯선 이 몸과 잘 공존해보기 위한 ‘관찰’의 단계에 마지못해 도달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으며, 인간의 신체를 통해 얻어진 시각적, 청각적 소재들을 활용하였다.

  6. “어름” five instruments and electronics

    박한나

    비슷한 두 소리가 서로 섞이지 않으려 하고 맞닿아있으며 같은 부분은 숨기고 다른 부분을 드러내려 한다.

  7. “Resonance point” for tape

    박시수

    시가가 짧은 소스를 가상의 공간(delay)들에 씌우고, 그 공간의 비율을 찾아간다.

  8. “관음: 觀音/觀淫” for tape

    이태원

    말할 수 없는 것들, 혹은 말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에 관한 얘기이기도 하며, 또한 언어를 논리의 영역에서 소리의 영역으로 해방시키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관세음과 관음증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작업 제목의 이중적 의미만큼이나, 이 곡에서는 작곡가가 이전 작업에서 직접 채집한 사람들의 말소리(비밀)가 영(靈)과 육(肉), 혹은 성(聖)과 속(俗) 사이에서 겹겹이 쌓이게 된다. 비밀이 쌓이고 쌓여 비밀이 없어질 때까지, 말이 쌓이고 쌓여 말이 없어질 때까지, 욕망, 분노, 허탈, 참회, 한탄 등의 온갖 번뇌는 모스 부호(Morse Code)와 같은 암호로 치환되어 관객들에게 그저 소리로서 전달되게 될 것이다. 결국, 말이 말이 아니고,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될 때,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오직 찰나일 뿐이다.

  9. “Augmented Grains” for audiovisual

    윤태림

    평면에서 벗어나 3차원의 데이터를 사운드와 결합시키려 했다. 키넥트로 읽어온 깊이 좌표가 오디오와 비주얼 프로그래밍에 사용되며, 프로세싱을 거친 비디오 결과물은 프로젝터를 통해 다시 모래판에 투사된다. 모래를 쌓고 움직이는 행위가 곧 증강된(Augmented Reality) 비주얼이 되고, 그 비주얼은 동시적으로 다시 사운드를 움직인다.